《미키 17》(2025) 리뷰, 봉준호 감독의 SF 야심작


《미키 17》(2025) 리뷰, 봉준호 감독의 SF 야심작


복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다

2025년 2월 28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8번째 장편영화 《미키 17》은 "인간 복제"라는 첨단 과학기술 속 철학적 질문을 품은 SF 작품이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원작보다 훨씬 더 다층적이고 인간적인 내러티브를 녹여냈다.


줄거리 요약

  • 미키 반스(로버트 패틴슨 분)는 실패한 자영업자다. 마카롱 가게가 망하고 사채빚까지 진 그는 지구를 탈출해 얼음 행성 ‘니플하임’ 개척 임무에 참가한다.
  • 하지만 그의 역할은 ‘익스펜더블’, 즉 ‘죽으면 다시 복제되는 소모품 인간’이다.
  • 죽음을 반복하며 살아가던 그에게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 어느 날 죽음을 피하고 돌아왔더니, 이미 다음 복제체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는 것이다.
  • “익스펜더블은 하나만 존재해야 한다”는 규칙 속에서, 존재권을 두고 시작되는 생존 경쟁. 과연 진짜 ‘나’는 누구인가?

철학과 세계관: 봉준호가 그리는 ‘디스토피아적 인간성’

《미키 17》은 전형적인 SF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상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인간”은 과연 인간인가?

  • “고통의 기억을 가진 채 복제된 존재”는 무엇을 꿈꾸는가?

  • “반복되는 죽음과 삶 사이의 정체성”은 어떤 윤리를 요구하는가?

기존의 SF 작품들이 클론 혹은 인공지능을 통해 던져왔던 철학적 질문을, 봉준호는 ‘노동’과 ‘사랑’이라는 삶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과 연결시킨다.


연기력: 로버트 패틴슨,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

더 배트맨〉에서 어두운 브루스 웨인을 연기했던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 작품에서 전혀 다른 톤의 캐릭터로 변신했다. 찌질하면서도 사랑스럽고, 비겁하면서도 인간적인 ‘미키’를 보여주며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 미키17의 대사톤은 애니메이션 <렌과 스팀피>에서 영감받았으며

  • 봉준호 감독은 "더 소심하고 불쌍한 느낌"을 요구했다고 한다.

  • 《미키 17》(2025) 리뷰, 봉준호 감독의 SF 야심작

스티븐 연, 인간적인 유머와 연민의 균형감

티모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이 요구한 “귀여운 성향의 캐릭터”를 완벽히 구현해냈습니다. 얼핏 보면 엉뚱하고 허술해 보이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감정적인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로서 기능하며, 영화의 감정선에 유연한 입체감을 더합니다.

특히 미키와의 케미는 극의 유머를 자연스럽게 살려내는 동시에, 인류 개척이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티모라는 인물이 가진 ‘작은 인간성’이 관객의 마음을 울리기도 합니다. 스티븐 연 특유의 유쾌한 존재감과 짙은 눈빛 연기가 빛나는 지점입니다.

그는 단순한 조연이 아닌, 주인공과 세계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영화의 주제를 부드럽게 관통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봉준호가 왜 이 역할에 스티븐 연을 캐스팅했는가’를 납득하게 만드는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스티븐 연 《미키 17》(2025) 리뷰, 봉준호 감독의 SF 야심작


예상 밖의 반전 캐릭터, 귀여운 생명체 ‘크리퍼’

‘크리퍼’는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사는 미지의 생명체로, 봉준호 감독의 세계관 안에서 또 하나의 상징적 존재입니다. 이전 작품 《괴물》이나 《옥자》처럼, 그는 단순한 괴수나 위협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감정과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로 ‘크리퍼’를 조형했습니다.

특히 크루아상과 아르마딜로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은 그로테스크함과 동시에 묘한 귀여움을 자아냅니다. 뾰족한 이빨과 흐물흐물한 움직임, 그리고 눈망울에서는 낯설지만 이끌리는 생물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죠.

영화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크리퍼의 행동과 감정은 단순한 괴생명체를 넘어서 ‘타자와의 공존’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미키와의 교감을 통해 ‘무엇이 인간적인가’를 되묻는 이 존재는, 봉준호 영화 특유의 ‘괴물이 진짜 괴물은 아니다’라는 정서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무섭지만 귀엽고, 낯설지만 슬픈 생명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미키 17》의 크리퍼는 생명체에 대한 감정의 복합성을 가장 잘 표현한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SF 장르 안의 로맨스 – 봉준호의 첫 ‘러브스토리’

봉준호 감독의 전작에서는 보기 드물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미키와 그의 여자친구 ‘나샤(나오미 애키)’의 관계는 영화 전반에 걸쳐 따스한 정서를 더하며,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확장시킨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인간은 여전히 모자라다

거대한 우주선, 복제기술, 외계 행성. 화려한 미래 기술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절박하며, 어리석다.
영화의 세계관은 “고도의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인간은 땀과 기름때로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

  • 고된 우주노동

  • 익스펜더블이라는 시스템 속 비인간성

  •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개척 행성 ‘니플하임’


시각 & 청각 경험: ‘IMAX’와 ‘Dolby Cinema’ 추천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의 관람을 위해 “IMAX와 돌비시네마에서 보라”고 직접 추천했다.

  • 눈부신 우주 풍경과 압도적인 행성 전경
  • 인간의 호흡, 기계음, 감정의 떨림까지 담아낸 섬세한 사운드

제작 뒷이야기

  • 역대 최고 제작비 1억1800만 달러
  • 샤론 최가 각본의 영어 번역을 담당
  • 로버트 패틴슨은 오디션 없이 캐스팅 확정
  • 크리퍼 디자인은 <괴물>과 <옥자> 제작진 참여
  • ‘마카롱 가게 망한 자영업자’ 설정은 <기생충>과 유사한 봉준호식 현실 묘사

결론: 그저 ‘복제인간 이야기’로 끝날 영화가 아니다

《미키 17》은 SF이지만 동시에, 인간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 봉준호는 기술이 아닌 ‘존재의 조건’을 묻는다.

  • 삶의 경계, 죽음의 가벼움, 그리고 존재의 유일성을 파고드는 작품.

  • 대중성과 예술성의 기묘한 균형, 철학과 블랙 유머가 교차한다.


총평

  • 별점: ★★★★☆ (4.0/5)
  • 추천: SF팬, 봉준호 애호가, 철학적 질문을 사랑하는 관객
  • 주의: 반복적 서사에 민감한 관객에겐 다소 무거울 수 있음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을 재밌게 본 관객
  • SF의 철학적 깊이에 매료되는 분
  • 로버트 패틴슨의 색다른 연기를 보고 싶은 분

📢 지금, 극장에서 《미키 17》을 만나보세요.
“자알 죽고, 내일 만나.” – 미키 17

다음 이전
u { text-decoration: none; display: inline; box-shadow: inset 0 -9px 0 #d1e780; }